나름대로 PC 사운드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고 자부해왔다. ‘콤패니언 5’를 들어보니 지금까지 헛돈 썼다는 생각이 든다. 사무적으로 생긴 이 스피커가 내는 소리에 대면 지금 쓰고 있는 PC에서는 으뜸이라는 사운드카드와 스피커 조합도 포터블 카세트 플레이어에 지나지 않는다. 소리의 깊이에서 차원이 다르다.
물론 53만 원이란 값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생김새도 평범한 2.1채널 스피커가 말이다. 우퍼가 좀 크고 위성 스피커가 다부지게 생긴 게 저가형과 다른 점이다.
위성 스피커에는 유닛 두 개가 살짝 벌어진 각도로 달려있다. 공간감의 비밀이 숨어있는 부분이다. 콤패니언 5를 들으면 가수와 각 악기 연주자의 위치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쭉쭉 뻗는 힘 있는 중고음과 벙벙 거리지 않고 단단하게 울리는 저음이 귀에 착 감긴다.
영화를 볼 때도 유감없이 실력이 발휘된다. 5.1채널 스피커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질감이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단점도 있다. 음악에서 음장감을 지나치게 강조해 귀가 지친다는 느낌이다. 소스에 따라 절제된 소리를 내기도 하니까 듣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리의 깊이나 폭 등을 이용자가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입력 단자가 PC USB뿐이라는 것도 아쉽다. 1~2만원짜리 싸구려 스피커라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물결 53만원짜리 스피커의 구성치고는 너무 썰렁하다. 볼륨 컨트롤러에 스테레오 입력 잭이 있지만 CDP나 게임기 등을 연결하라고 있는 단자는 아니다.
PC와는 USB 케이블을 써 연결한다. 연결이 쉽고 까다로운 드라이버 세팅과 사운드카드가 필요 없는 게 장점. 이 스피커에는 소리를 증폭하는 앰프와 디지털 데이터를 음성 신호로 바꾸는 사운드 칩이 들어있다. 보통 USB 스피커는 저가형이고 소리도 시원치 않지만 콤패니언 5는 USB 스피커라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고성능 사운드카드보다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보스 홈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실망스러우리만큼 작은 위성 스피커로 유명한데 매우 강한 자력을 지닌 자석을 쓰고 본체 내부 앰프와의 매칭이 훌륭해서 눈을 감고 들으면 스피커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콤패니언 5 역시 제품 컨셉에 맞춰 최적화된 앰프가 파워 있는 사운드의 밑천이다.
열에 아홉은 무슨 PC 스피커가 PC보다 비싸냐고 생각할 터다.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먼지 폴폴 날리는 주머니 사정이 더 야속할 뿐이다. 무신론자인 내게 지름신을 내릴 정도니 그 포스만큼은 최고라 할만하다. 콤패니언 5는 멜론이나 도시락에서 내려받은 128Kbps짜리 mp3 따위나 들으라고 있는 물건은 아니다. PC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소리의 끝이 궁금하다면 지름신을 믿고 따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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